대체로 바이올린 실력은 20대에 정점을 찍고 떨어진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30~40대에 왕성하게 활동하는 클래식 연주자들이 저리 많은데 뭔소리냐 하는 반응일 거다.
물론 예술 영역의 커리어 최고점은 30~40대로 볼 수 있다. 또 나이 든 전문가도 의도적 연습(deliberate practice) 을 유지하면 음악 관련 수행은 꽤 오래 높은 수준을 보존할 수 있다. 정경화, 안네소피무터, 이자크펄만..뭐 너무 많아서 언급조차 힘들다.
그럼 왜 사람들은 “20대가 피크”라고 느끼냐. 첫째는 미세운동과 처리속도 때문이다.
정교한 손 조절은 중년기부터 이미 저하가 시작될 수 있고, 일반적인 속도 기반 인지·운동 기능도 성인 초중반 이후 조금씩 둔화된다. 바이올린은 이 변화에 유난히 민감한 악기다.
포지션 이동의 오차, 활의 각도 전환, 빠른 보잉에서의 미세한 지연이 곧바로 “예전보다 덜 날카롭다”는 인상으로 들린다. 정경화 샘의 20대 공연을 보라.
The Influence of Age and Work-Related Expertise on Fine Motor Control Maintaining Excellence: Deliberate Practice and Elite Performance in Young and Older Pianists
즉, 20대 이후에 떨어지는 건 “실력 전체”라기보다 순간 반응속도, 고속 패시지의 정밀도, 회복력, 고강도 연습 지속능력 같은 부분이다. Deliberate Practice and the Acquisition and Maintenance of Expert Performance Maintaining Excellence: Deliberate Practice and Elite Performance in Young and Older Pianists
나이들수록 실력이 떨어진다고 느끼는 이유는 연습량보다 연습의 성격이 바뀌기 때문이다. 엘리트 바이올리니스트들은 20세 무렵 이미 1만 시간 이상의 고강도 연습을 쌓은 경우가 많고, 성인 전문가가 지속 가능한 집중 연습량도 대체로 하루 4~5시간 정도가 상한선으로 제시된다.
프로 연주자들도 20대 후반부터는 연주 외에 투어, 레슨, 리허설, 생계, 가족, 행정이 붙으면서 기술을 밀어 올리는 연습이 줄고, 유지·소화·운영 중심으로 바뀐다. 실전은 많아져도, 기량을 다시 끌어올리는 연습은 오히려 줄 수 있다. 그러면 자동화된 익숙한 연주로 굳고, 성장 대신 완만한 하락이 온다. Deliberate Practice and the Acquisition and Maintenance of Expert Performance
그렇다면 아마추어 연주자, 취미 연주자는? 하루 4~5시간의 연습을 유지하고 있는가?
프로연주자들은 다섯살때 부터 바이올린을 시작해 20대 콩쿨에 나가기전까지 무려 15년의 세월을 단 하루도 빼먹지 않고
최소 4시간 이상 연습한다.
혹 서른살에 또는 마흔살에 그보다더 나중에, 이제 막 바이올린을 처음으로 배운다면
하루 1시간만 꾸준히 연습해도 당신은 상위권.
한 10년을 했다면 이제야 좀 남들 앞에 연주를 들려줄 수준이 될거다.
기대치를 낮추자.
누적 부상도 원인이다. 바이올린과 비올라는 자세 비대칭이 심하고, 턱·목·어깨·팔꿈치·손목에 지속적인 부하를 준다. 관련 체계적 문헌고찰은 바이올리니스트/비올리스트에서 특히 목, 어깨, 팔꿈치, 손/손목 부위 통증과 근골격계 문제의 빈도가 높다고 요약한다. 이건 단순히 “아프다”에서 끝나지 않고, 연습시간 감소, 테크닉 수정, 레퍼토리 회피로 이어져 실력 하락처럼 나타납니다. Musculoskeletal disorders in professional violinists and violists: systematic review
어느날 손가락이 찌릿, 팔 근육이 찌릿 해서 병원을 찾으면, 노화로 어깨에 손상이 왔다고 할 것이다. 그러면서 의사는 연습을 쉬라고 할 것이다.
귀도 늙는다. 나이 들면 청각 피로와 미세한 청력 손실이 온다. 오케스트라 연구에서는 개인별 차이는 크지만, 음악가들 중 상당수에서 소음성 손상과 일치하는 청력 패턴이 나타났고, 특히 바이올린·비올라 연주자는 왼쪽 귀의 3~6kHz 청력역치가 더 나빴다고 보고됐다. 물론 왼쪽 귀가 안들린다는 한수진 바이올리니스트는 굴하지 않고 왕성한 연주를 하고 있다. 베토벤은 청력을 잃고도 작곡을 이어갔다.
그런데 우리는 그냥 평민. 노화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인가. 그 한계를 넘어섰다면 당신은 애진작에 프로 연주자가 되어 있었을 것이다.
바이올린은 귀 옆에서 직접 소리를 받기 때문에, 고역의 미세한 인지 저하는 음정, 음색, 강약 균형 판단에 생각보다 크게 작용할 수 있다. Sound exposures and hearing thresholds of symphony orchestra musicians
바이올린 늦게 시작하면, 실력이 완성이 되기도 전에 늙는다.
날카로운 연주가 돋보이는 시벨리우스 콘체르토를 목표로 연습을 하되, 뜻대로 안된다고 중도에 포기하지 말자.
그래도 OST만큼은 인생의 경험을 녹여 그 누구보다도 아름답게 연주할 수 있다.